전 세계에 유통되는 생식 레시피 200여 종을 분석했더니 95%가 영양 불균형 상태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 생식을 시작할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 생식,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만큼 집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생식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 그리고 몰랐던 위험
먼치킨 뭉치가 방광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24년 초였습니다. 음수량이 워낙 적다 보니 수의사 선생님도 수분 섭취를 늘려보자는 권고를 하셨고, 저는 BARF 식단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건사료 위주로 키우던 아이들에게 수분 함량이 60~70%에 달하는 생고기를 주면 자연스럽게 수분 섭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단순히 고기를 잘라서 주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됐습니다. 고양이는 완전 육식동물로, 타우린이나 아라키돈산처럼 체내에서 자체 합성이 거의 안 되는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산을 식이를 통해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게다가 스코티쉬 폴드인 먼지는 골격계 관리가 특히 중요한 종이라, 칼슘과 인의 비율을 1:1에서 1.2:1 사이로 맞추는 것이 저에게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과제가 됐습니다.
생식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UC 데이비스 수의과대학 연구팀이 인터넷에 공개된 생식 레시피 200여 종을 분석한 결과, 95%가 하나 이상의 영양소가 권장량에 미달하는 위험한 레시피로 분류됐습니다. 그나마 균형이 맞는 나머지 5%조차 6개월 이상 단독 급여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저도 이 수치를 접하고 나서야 제가 쓰던 레시피를 다시 점검하게 됐습니다.
위생 문제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신선육은 기본적으로 가열 조리를 전제로 생산되기 때문에,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 같은 식중독 원인균이 오염된 채로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 FDA 역시 생식 급여를 공식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특히 노약자나 영유아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는 조리 도마와 식칼을 통한 교차 오염 위험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FDA). 그래서 저는 생식전용 칼과 도마를 따로 구비했습니다.
직접 만들어 먹이며 겪은 것들
저는 Dr. Pierson 레시피를 기본 틀로 삼아 생식을 제조했습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주재료로, 생간과 생뼈를 일정 비율로 배합하고 타우린과 연어유, 비타민 E를 영양 보충제로 추가했습니다. 뼈를 갈기 위한 그라인더를 구입하고, 소분 후 영하 20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생식을 내밀었을 때 먼지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평소 늘 건사료만 먹던 아이라 그런지 낯선 냄새와 질감에 코를 킁킁거리다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결국 기존 건사료와 생식을 9:1 비율로 섞는 것부터 시작해 한 달에 걸쳐 천천히 비율을 바꿔갔습니다. 뭉치는 그나마 빠르게 적응했지만, 먼지는 완전히 전환하기까지 거의 두 달이 걸렸습니다.
생식 급여 후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건 대변이었습니다. 건사료를 먹을 때보다 변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고, 냄새도 훨씬 덜했습니다. 소화 흡수율이 올라가면서 불필요한 찌꺼기가 줄어든다는 걸 실제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뭉치의 모질도 서너 달 만에 눈에 띄게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방광염 증세도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생식의 가장 큰 난관은 맛이나 위생보다 '영양 균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Dr. Pierson 레시피 자체도 아연을 비롯한 일부 미량 원소가 권장량에 미달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를 받으며 신장 수치와 전해질 균형을 모니터링했습니다. 한 번은 검사 결과에서 아연 수치가 낮게 나와 보충제 배합을 조정한 적도 있었는데, 그 순간 집사가 반쯤 영양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생식을 계속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생식은 분명히 좋은 식단입니다. 하지만 제가 6개월간 직접 만들어 먹여보면서 느낀 건, 이걸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 레시피나 가져다 쓰면 영양 불균형이 쌓이고, 그게 수개월에 걸쳐 아이의 몸속에서 문제로 드러납니다. 저는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주기적인 혈액 검사를 선택했지만, 모든 집사가 그만한 여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수의사협회(AVMA) 역시 생고기 기반 식단은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식중독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AVMA). 이 입장이 생식의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충분히 준비됐는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지금 저는 생식과 상업 습식 사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완전 생식을 고집하기보다 위생적으로 검증된 상업 생식 베이스를 활용하거나, 건사료와 일정 비율로 섞어 급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중간 지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먼지와 뭉치의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어떤 식단이든 극단보다는 균형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의 식단 변경 전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하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