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자다가 가슴 위를 밟고 지나가는 묵직한 발걸음에 눈이 번쩍 떠진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우다다'가 얼마나 황당하고도 익숙한 소동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알고 보면 이 소동이 우리 집 고양이가 건강하다는 가장 역동적인 신호였습니다.

새벽에 집안을 뒤집는 이유, 야생 본능에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박명박거성(Crepuscular) 동물입니다. 고양이는 동틀 녘과 해 질 녘에 가장 활발한 박명박거성(Crepuscular) 동물입니다. 사자, 호랑이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 모두 그렇고, 소파에서 낮잠 자는 두 아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수의학에서는 이 갑작스러운 에너지 폭발을 FRAP(Frenetic Random Activity Periods)이라 부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전력 질주하는 이 행동은 모든 고양잇과 동물에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입니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는 사냥이나 나무 타기처럼 에너지를 소모할 기회가 없으니, 이 에너지가 밤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겁니다.
제가 키우는 스코티쉬 폴드 먼지와 먼치킨 뭉치를 보면 이 패턴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먼지가 먼저 침대 끝에서 거실까지 선제 질주를 시작하면, 다리가 짧은 뭉치가 그 뒤를 "우다다다" 특유의 발소리를 내며 쫓아갑니다. 코너를 도는 뭉치를 보며 짧은 다리로 저렇게 빠를 수가 있나 싶어서 한동안 멍하니 지켜봤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원인이 있는데, 볼일을 마친 직후 총알처럼 튀어나오는 건 히포포리아(Hypophoria) 반응입니다. 배변 시 미주 신경이 자극되며 해방감이 폭발하는 건데, 장이 건강하다는 신호로 읽으면 됩니다. 히포포리아란 배변 시 미주 신경(Vagus Nerve)이 자극되면서 일시적으로 강렬한 해방감과 흥분 상태가 유발되는 생리 반응을 뜻합니다. 볼일을 마친 직후 총알처럼 화장실에서 튀어나오는 행동이 바로 이것인데, 장이 건강하고 기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면 됩니다. 뭉치가 모래를 한참 파다가 꼬리를 세우고 광속으로 탈출할 때마다, 저는 이제 흐뭇하게 바라보는 편입니다.
모든 우다다가 건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모든 우다다가 단순한 에너지 분출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7살 이상의 노령묘에서 갑작스럽게 야간 활동량이 늘어난다면 갑상샘 기능 항진증(Hyperthyroidism)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갑상샘 호르몬 과다 분비로 신진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으로, 갑자기 아기 고양이처럼 활발해지면서도 체중은 오히려 줄어드는 게 특징입니다. 제가 수의사에게 들은 기준으로, 이 중 두 가지 이상 겹치면 혈액 검사를 먼저 해보시길 권합니다.
- 갑자기 밤마다 심하게 뛰어다니는 행동이 새로 생겼을 때
- 사료 섭취량이 늘었는데 몸무게가 줄어들 때
- 털이 푸석해지고 과도하게 빠질 때
- 이유 없이 크게 우는 횟수가 늘었을 때
또한 우다다가 벼룩이나 진드기 같은 외부 기생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등 한가운데를 갑자기 물리면 반사적으로 몸을 뒤집고 도망치듯 뛰게 됩니다. 집에서만 키운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집사의 신발이나 옷에 묻어 외부 기생충이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루밍 도중 등 피부가 실룩거리거나 꼬리 쪽을 반복해서 돌아보고 하악질을 한다면, 피부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수의사협회(AVMA)의 보고에 따르면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도 스트레스 관련 행동 장애 발생 위험이 존재하며, 환경 자극 부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출처: AVMA). 특히 수직 공간이 부족한 환경에서 키워지는 고양이일수록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야간 우다다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캣타워나 벽 선반처럼 고양이가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수직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입니다.
밤잠을 지키는 현실적인 해결법
제가 직접 써봤는데, 놀이 루틴 하나만 바꿔도 새벽 소동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잠들기 30분 전, 낚싯대 장난감으로 먼지와 뭉치가 숨을 헐떡일 정도로 집중적으로 놀아줬습니다. 그 직후 소량의 간식이나 사료를 주면, 야생에서 '사냥-포획-식사-그루밍-수면'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루틴이 만들어집니다. 이 루틴을 정착시킨 뒤로 새벽 4시 우다다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협회 관련 자료에서도 이와 같은 '사냥 시뮬레이션 놀이 후 급식' 패턴이 고양이의 야간 활동 과잉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먼치킨이나 스코티쉬 폴드처럼 유전적으로 관절 건강에 취약한 품종은 우다다 환경 자체를 점검해줘야 합니다. 아무리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좋아도, 미끄러운 바닥에서 급커브를 돌거나 딱딱한 바닥으로 높은 곳에서 착지하면 관절에 큰 부담이 됩니다. 거실 카펫이 밀려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뭉치를 보면서 논슬립 매트를 깔았습니다. 사실 이건 집사 대부분이 지나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우다다는 고양이가 우리 집을 안전하고 편안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야생에서 만성적인 공포나 통증을 느끼는 동물은 절대 이런 불필요한 행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새벽에 가슴 위를 밟고 지나가는 발걸음이 여전히 조금 얄밉기는 하지만, 그게 '집사 합격'의 신호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저녁 30분의 놀이 시간에 집중하고, 수직 공간과 미끄럼 방지 환경만 갖춰줘도 밤잠이 훨씬 편안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