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먼지가 바닥에 엉덩이를 질질 끌고 지나가는 걸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뭔가 항문 쪽에 이물질이 묻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른바 '똥스키', 즉 항문낭이 꽉 차서 불편할 때 고양이가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한 달에 한 번 목욕 타이밍에 맞춰 항문낭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게 저희 집의 루틴이 됐습니다.

고양이도 항문낭을 짜야할까? 징후와 오해부터 짚기
고양이는 건강하면 항문낭을 굳이 짜지 않아도 된다는 말,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배변할 때 괄약근이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항문낭액이 자연스럽게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건강한 성묘라면 대부분 스스로 처리가 된다는 시각이죠. 실제로 개에 비해 고양이는 이 자연 배출 능력이 훨씬 뛰어난 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을 "고양이는 관리 안 해도 된다"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량이 적거나, 비만이거나, 나이가 들수록 괄약근의 힘이 떨어지면서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생깁니다. 스코티쉬 폴드 먼지가 딱 그랬습니다. 느긋한 성격 탓인지 하루 종일 소파 위에서 지내는 날이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 항문 주변을 유독 집중적으로 그루밍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위생 습관인가 싶었는데, 만져보니 4시와 8시 방향의 분비샘 부위가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항문낭이 과충만 상태가 되면 분비샘 내부에 압력이 높아지고, 방치하면 항문낭염으로 이어지거나 심한 경우 피부를 뚫고 파열됩니다. 특히 7~8살 이상의 노령묘는 한 번도 문제가 없던 아이라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먼지가 아직 4살이지만 저는 이 부분을 미리 신경 쓰고 싶었습니다.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엉덩이를 바닥에 끌거나, 항문 주변을 평소보다 자주 핥거나, 배변 도중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행동은 모두 항문낭 불편함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을 집사가 '장난치는 거겠지'라고 넘기기 쉽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에 뭉치가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는 걸 보고 그냥 웃고 넘겼다가 나중에 항문낭이 꽤 차 있던 걸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1인 집사도 가능한 항문낭 직접 관리, 직접 해보니
항문낭 관리는 두 사람이 함께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한 명이 고양이를 앞에서 붙잡고 다른 한 명이 꼬리를 들어 올려 항문 주변을 압박해 주면 되니까요. 문제는 저처럼 혼자 두 마리를 돌보는 경우입니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 요령이 없어서 먼지를 반쯤 세워 잡고 버텼다가 둘 다 지쳐버린 기억이 납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은 뒤로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목욕 중 따뜻한 물로 몸을 충분히 적셔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겁니다. 고양이를 무릎 위에 살짝 앉힌 뒤 뒷다리 쪽을 자연스럽게 걸쳐주면 꼬리가 저절로 들리고 항문 주변이 드러납니다. 이 자세가 잡히면 미리 준비한 거즈나 두꺼운 휴지로 항문을 덮고, 엄지와 검지로 4시·8시 방향 분비샘 부위를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밀어 올리듯 압박합니다.
먼치킨 뭉치는 이 과정이 먼지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뭉치는 꼬리를 잡히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꼬리 대신 엉덩이 아래를 받쳐 자연스럽게 각도를 잡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체구가 작아 분비샘 자체가 작고, 꼬리를 잡히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경계심을 낮추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과한 힘을 주면 내부 조직에 자극이 가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한 것도 뭉치를 다루면서였습니다. 저는 억지로 짜내려 하기보다는 주변 근육이 자연스럽게 수축할 수 있도록 가볍게 자극하는 쪽으로 방식을 조정했고, 그 뒤로는 뭉치도 크게 버티지 않게 됐습니다.
배출되는 항문낭액의 색이나 농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갈색이나 연한 노란색을 띠고 묽은 편입니다. 그런데 내용물이 걸쭉하거나 짙은 갈색, 혹은 혈액이 섞여 나온다면 이미 염증 반응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더 짜려하지 말고 동물병원에 가는 게 맞습니다. 항문낭 파열이 발생한 뒤 항문낭 절제술을 시도하더라도 분비샘 조직이 일부 잔존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파열 전에 관리하는 것과 파열 후 치료하는 것의 차이는 아이가 겪는 고통의 크기만큼 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고양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항문낭처럼 눈에 잘 안 띄는 부위는 여전히 놓치는 집사들이 많습니다.
항문낭 파열을 막기 위한 예방 관리, 어떤 기준으로 접근해야 하나
항문낭 파열을 예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체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만묘는 복부 지방이 항문 주변 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해 자연 배출이 더욱 어렵습니다. 먼지와 뭉치 모두 정상 체중 범위를 유지하도록 사료 급여량을 꼼꼼하게 조절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고정 주기보다 아이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먼지는 한 달에 한 번 확인해도 거의 차 있지 않지만, 뭉치는 같은 주기로 확인했을 때 더 빠르게 차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정 주기를 정하기보다는 항문 주변을 살살 자극해 줬을 때 움찔거리는 반응이 평소보다 강하거나, 그루밍 빈도가 늘었다고 느껴지면 그게 신호라고 생각하고 바로 확인합니다.
일상에서 항문 주변 근육을 자극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목욕이나 그루밍 시간에 항문 주변부를 가볍게 문질러 주면 근육이 반사적으로 수축하면서 항문낭액이 조금씩 배출됩니다. 매번 짜주는 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항문낭이 완전히 꽉 차는 것을 막는 완충 역할로는 충분합니다.
항문낭 관리를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첫 시도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아직 충분히 차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자세가 완벽히 잡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제대로 짜지 못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 자체입니다.
항문낭 관리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냄새만 해도 한 번 맡아보면 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먼지와 뭉치가 목욕을 마치고 나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르릉거리며 그루밍을 시작하는 걸 볼 때마다, 이 불쾌한 과정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편안함을 주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항문낭염이나 항문낭 절제술 같은 사태가 오기 전에, 지금 당장 아이의 항문 주변을 한 번 살펴봐 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